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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와 조화의 땅 티베트

진실의 역사

히말라야, 티베트 Tibet


티베트는 인류 문명의 젖줄로 불리는 중국 남서부 티베트 고원을 무대로 오랜 세월 동안 고유한 민족적, 문화적 전통을 구축해 온 지역으로, 현재는 중국에 합병되어 ‘시짱西藏자치구’로 남아 있다.

 

기원전 4세기경 형성된 토번 왕조로 역사에 등장한 티베트 민족은 몽골(원元)과 명明, 청淸 등 중국 왕조들과의 꾸준한 관계 속에서 티베트 불교 문화의 영향력을 신장시켜 왔으나, 청나라 멸망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이 등장하면서 독립 국가를 이루려는 티베트의 열망은 중국의 무력 점령에 의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땐진 갸초)는 인도에 망명 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 운동을 주창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티베트의 독립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비록 독립 국가는 아니지만,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조화의 땅으로 알려진 티베트의 역사와 전통을 살펴보는 것은 세계의 문화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데 일조가 될 것으로 본다. 이제 티베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러 가 보자.


1. 신비와 조화의 땅, 티베트

“하늘의 한 가운데 땅의 중심, 세계의 심장, 히말라야 산맥은 모든 강의 원류이고, 산은 높고 땅은 깨끗하다. 사람은 선을 행해야 함을 알고 심성은 영특하고 용감하며 풍속은 순수하고 선량하다.”

 

이 말은 『돈황고장문문헌敦煌古藏文文獻』의 일부분이다.

1천여 년 전에 티베트 민족의 조상들이 티베트 고원과, 거기에 살고 있는 자신들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다.

한 세기가 지났으므로 무엇인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늘날에 와서도 티베트는 천 년 전에 기록한 문자 그대로다. 그

렇다고 해도, 미개未開라거나 야만野蠻 따위와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면 또한 오산이다.

그것은 타자와 나를 구분해 놓고, 현대 문명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타자를 보려고 하는 타락된 자들의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티베트Tibet, 티베트.
우리는 티베트로 간다.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티베트는 불가사의不可思議와 신비로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땅이다.


티베트,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티베트Tibet를 탐방하려고 할 때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탐방하려고 하는 티베트는 어떤 티베트를 가리키는가? 티베트 망명 정부로 대표되는 티베트를 말하는가? 민족적·문화적·역사적·지리적인 위치로서의 티베트인가? 각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당장에 대답을 구하지 않는다. 각 입장마다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티베트, 이 정도를 기억하고 탐방 길에 나선다.

 

티베트의 지리적 위치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히말라야Himalayas 산맥의 북측, 쿤룬 산맥의 남측에 옆으로 누운 산악지대 티베트 고원을 티베트라고 한다. 민족적이고 문화적인 의미에서 프랑스의 7배 정도인 380만㎢의 면적이다. 한반도의 여섯 배나 되는 광활한 땅이다. 국토의 대부분은 식물 한계선인 해발 4,000m를 넘는 곳에 위치한다.

 

오늘날 티베트의 주 영역은 중국의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티베트자치구)에 편입돼 있다. 티베트의 동쪽은 다쉐大雪 산맥으로 중국 본토와 구분된다. 서쪽은 카라코람Karakoram 산맥과 접하고 있다. 이 중 히말라야 산맥을 따른 남쪽과 그 북동으로 뻗친 연장선상에서 남북으로 달리는 계곡으로 중국 칭하이靑海 성省 남쪽과 쓰촨四川 성 서쪽 지역에 사는 민족이 바로 티베트인이다.

 

인구는 6백만 명이 조금 넘는다. 중국 인구의 0.46%다. 역사적인 의미에서 티베트를 정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티베트 국경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어 왔다. 8세기에는 실크로드를 따라 둔황敦煌과 윈난雲南 성까지 이르렀다. 라다크는 물론 인도 북부와 네팔의 여러 지역까지 티베트 영토였다. 1959년 수립된 티베트 망명 정부의 입장에서 티베트는 민족적이고 문화적인 총체로서의 ‘티베트’를 일컫는다. 이때 티베트는 ‘뵈 쵤카 숨’이라는 용어로 지칭된다. 우창·캄·암도 등 3개 지역의 티베트라는 뜻이다.


‘티베트’라는 용어 그리고 ‘시짱西藏’, ‘토번吐蕃’
현재 중국에서는 티베트를 ‘시짱西藏’이라고 한다. 티베트 민족을 ‘장족藏族’이라고 부른다. ‘시짱’이라는 명칭은 중국 청나라 시대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시西’는 티베트 지역이 중국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다는 뜻이고, ‘장藏’은 티베트 ‘위짱衛藏’의 줄임말이다. 청나라 강희제姜熙齊 후기에 ‘서정’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건륭제乾隆帝 이후에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때부터 ‘장’은 위짱 전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그리고 중화민국 시기에 이르면 토번吐蕃, 서번西蕃, 번족蕃族이라는 표현 대신 ‘장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어 이것이 티베트 민족의 명칭이 되었다. 티베트인은 자기의 민족을 ‘푀蕃’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은 고대 티베트 제국을 토번吐蕃(혹은 투베트, 투보트)라고 불렀다. 14세기경까지는 토번으로 통칭되었다. 고대 튀르크 및 소그드어로 기록된 문헌에는 이지역을 튀퓟Tüpüt으로 불렀다. 학계에서는 이 명칭이 티베트 북부 지역을 나타내는 티베트어 ‘tu phod’나 ‘stod pod’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발음이 아랍 세계로 전해졌다. 이후 영어권에서 Thibet이라고 불리다가 오늘날 영문 명칭인 Tibet으로 정착됐다. 오늘날 중국 외에서는 ‘시짱’보다는 ‘티베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체로 티베트, 간혹 한역인 ‘토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류 문명의 젖줄, 티베트 고원
1억 년 전, 티베트 지역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였다. 오늘날 티베트 고원에 남아 있는 수많은 염호鹽湖가 까마득히 잊힌 기억을 되살려 준다. 현대의 지질학자들은 그 바다를 그리스 여신의 이름을 가져와 테티스Tethys 해라고 이름 붙였다. 약 4천만 년 전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부딪치면서 히말라야 조산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후 수천 년에 걸친 지각 변동의 결과 테티스 해 한복판에서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올랐다. 이때 융기된 지각이 오늘날의 티베트 고원이다.

 

2,500㎞에 이르는 티베트 고원의 남쪽은 히말라야 산맥과 맞닿아 있다. 히말라야 산맥은 티베트 고원과 인도 아대륙印度亞大陸 사이를 가르며 카라코람 산맥에서 미얀마 북부까지 펼쳐져 있다. 티베트 고원 서쪽으로는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산맥이 교차한다. 동쪽으로는 암매 마친, 마얀 카라, 미낙 콩가와 민산 산괴로 이어진다. 북서쪽과 북쪽에는 쿤룬 산맥과 차이다무 분지가 놓여 있어 티베트 고원을 중앙아시아와 분리한다. 티베트 고원은 해발 6,000m 이상의 여러 산맥들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트랜스 히말라야 산맥과 니엔첸탕글라 산맥이 대표적이다.

 

티베트 고원은 아시아 대륙을 거미줄처럼 흐르는 주요 강의 어머니다. 황허黃河 강, 양쯔揚子 강을 비롯하여 메콩Mekong 강, 이라와디Irrawaddy 강, 살윈Salween 강, 브라마푸트라Brahmaputra 강, 인더스Indus 강, 수틀레지Sutlej 강이 티베트 고원이 낳은 자식들이다. 이들 강물은 아라비아 해, 인도양, 그리고 서해를 지나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세계 4대 문명발상지 중 두 문명―황허문명과 인더스 문명이 바로 이곳 티베트 고원에 젖줄을 대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인류 문명의 절반이 이곳에 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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