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인다

천상열차분야지도①

진실의 역사

박물관에서 본 우리 역사 |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대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혹시 지갑에 일만 원권 지폐를 가지고 있다면 꺼내서 천문도를 찾아보기 바란다.

세종대왕이 그려진 뒷면에 천체 관측 기구가 그려져 있고 그 배경을 별자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번은 들어 봤을 이 천문도의 이름은 ‘천상열차분야지도’로서 동아시아에서 최고로 정밀한 별자리 그림이다.

무심코 지갑 속에 넣어 다니고 있지만 알고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우주의 그림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다.

태극기에 우주의 이치를 그려 넣었다면 만 원의 지폐 속에는 별자리를 담았다.

우리가 주머니에 우주를 들고 다니게 된 것은 한민족이 오랜 세월동안 별과 친하게 지내온 결과물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이 좀 어렵다.

간단하게 말하면 천문도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에서 끝에 ‘지도’라는 것은 ‘~하는 그림’이란 뜻이다.

천상天象이란 하늘의 모습을 의미한다.

현대적인 표현으로 말하면 천문현상天文現象의 줄임 말이다.

열차列次란 하늘 별자리를 구획으로 나누어 펼쳐 놓았다는 의미이고, 분야分野라는 것은 하늘 구획을 땅의 특정 지역과 대비시키는 것을 말한다.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공간을 방위와 방향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3차원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별들을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지상의 방위와 방향에 맞게 2차원 평면에 펼쳐 놓은 것이 천문도이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삼아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들을 12구역으로 나누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란 조선 백성들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지침서로서 ‘표준 천문도’였다.

이 표준 천문도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기로 한다.


분야설分野說
목성은 공전 주기가 약 12년(정확히는 11.86년)으로 매년 천구상의 황도 둘레를 약 30도씩 운행한다.

이 목성의 12년 1주천 주기를 12등분 한 것을 ‘십이차 분야설’이라 한다.

이 12차는 천상의 공간을 구획하는 분야론으로 전개되었으며 지구로 확장되어 12주, 12국에 배속되었다.

『환단고기』의 ‘12환국’과 동학의 ‘12제국’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복잡한 듯 간단한 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에서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별자리가 그려졌다.

그래서 ‘전천천문도全天天文圖’라고 분류한다.

돌에 새긴 석각본, 나무에 새긴 목판본, 종이에 찍은 필사본으로 제작되어 조선 백성들에게 다양하게 보급되었다.

별자리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별은 총 1,467개이고 별자리는 모두 295개이다.

 

이 천문도를 언뜻 보면 아주 복잡하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유심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쉽게 다가온다.

 

먼저, 이 천문도에서 네 개의 원을 구별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가장 바깥쪽 첫 번째 큰 원을 외규外規라고 부른다.

바깥쪽에서 중심부 쪽으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중간 크기 원이 2개가 겹쳐진 채로 보인다.

 

중심 쪽에 있는 원은 천구(밤하늘)의 적도이다.

그리고 중심이 어긋난 원은 태양이 1년 동안 별자리를 지나는 경로를 나타내는 황도라고 한다.

 

네 번째로 가장 중심부에 있는 작은 원 안쪽이 ‘자미원紫微垣’이라고 부르는 내규內規이다.

이 4개의 원이 보이기 시작하면, 자미원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방사선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황도 근처에 배열된 28개의 대표적인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획을 나눈 것이다.

자미원을 중심으로 360도를 28개의 영역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방사선으로 뻗어나간 선의 각도가 일정하지 않아 더욱 복잡해 보인다.

대표적인 별자리를 두고 그 크기만큼 나누었기 때문에 어떤 구획은 폭이 넓고 어떤 구획은 좁다.

이렇게 28개의 대표적인 별자리를 28수宿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