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인다

질병대란 어떻게 전개되는가㉓

생존의 비밀

질병대란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1)전염병이 몰려오고 있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지구촌에는 이미 소병小病의 병란이 여러 차례 일어나 인류 문화의 전 영역을 뒤흔들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난날 수그러들었던 결핵, 페스트, 말라리아, 콜레라 같은 병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에이즈, 에볼라 등 새로운 병들도 30여 종이나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2009년,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플루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살인마 같은 변종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염병들은 앞으로 무시무시한 공포를 가져올 3년 질병대란에 비하면 단지 서곡에 불과할 뿐이다.

 

• 앞으로 만병이 들어오느니라. (도전11:264)
•병겁이 ‘처음에는’ 약하다가 '나중에는’ 강하게 몰아쳐서 살아남기가 어려우리라. (도전5:291)
•동남풍이 불면 살 수 없는 병이 오느니라. (도전6:60)

 

즉, 상제님의 공사에 따라 이 소병들이 극점에 다다르면 가을 대개벽의 실제상황으로 몰고 들어가는 또 다른 무서운 병이 터진다.

그것이 바로 시두(천연두)의 폭발이다.

시두는 병란 개벽을 몰고 오는 길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병란의 전조, 시두가 대발한다.

시두는 어떤 병인가?

시두는 마마, 두창, 천연두라고도 하며 사람 몸의 수기를 말려서 죽이는 매우 끔찍한 병이다.

18세기 무렵에는 유럽 전역의 장님 중 3분의 1이 바로 시두 때문이었다.

일단 시두에 걸리면 아주 무섭게 앓다가 흉측한 몰골로 죽고, 다행히 낫는다 하더라도 곰보가 되고 만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시두 대발에 대해 어떻게 말씀을 하셨는가?

• 앞으로 시두가 없다가 때가 되면 대발할 참이니 만일 시두가 대발하거든 병겁이 날 줄 알아라. (도전7:63)

 

시두는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31개 국가에서 풍토병으로 남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가 전 세계적인 시두 박멸 운동을 시작하던 1967년 당시에는 그 감염자 수가 10억 명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시두가 없다가…”라는 상제님 말씀이 그대로 실현되어, 1977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환자를 끝으로 시두가 더 이상 발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는 "지구상에서 시두라는 질병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1979년부터 예방 접종을 중단하고 1993년 11월, 제1종 법정 전염병 목록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2001년, 9․11 사태 이후 전 세계가 생화학 테러의 위험 속으로 빠지면서 시두라는 이름이 다시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2002년에 시두를 다시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였으며, 2009년에는 시두(두창) 테러 대비 훈련도 실시했다.

시두 바이러스를 무기로사용할 가능성과 함께 시두가 재발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시두가 다시 대발한다”는 상제님의 말씀이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두가 대발하면 병겁이 날 줄 알라” 하신 증산 상제님의 말씀을 보면, 시두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다.

 

천지에 병란 개벽을 몰고 오는 전령자로서 오는 것이다.

즉 시두가 크게 일어나는 것[大發]은 가을 개벽의 대병란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경계경보로서, 선천 역사의 끝과 후천 새 역사의 시작을 암시한다.

그러면 시두 대발 후 질병대란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도전』에는 질병대란 발생 상황에 대한 참으로 충격적인 상제님의 말씀이 있다.

• 병겁이 들어올 때는 ‘약방과 병원’에 먼저 침입하여 전 인류가 진멸지경에 이르거늘 … 병겁이 돌 때는 세상의 모든 의술이 무용지물이 되느니라. (도전7:37,7:39)

일단 병란이 일어나 들어오기 시작하면 현대 의술과 약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말씀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질병대란이 신神의 손길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지기秋之氣는 신야神也라”(도전6:124), 곧 '가을의 기는 신이다'라는 상제님의 말씀이 있다.

 

가을은 초목 등 모든 생명이 열매를 여무는 때이다.

인간도 모든 상극의 요소를 극복하고 신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 즉, 성숙, 조화, 하나 됨을 이루어야 한다.

바로 이 궁극의 이상을 인간이 신과 하나 되어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모든 조상신이 자손에게 내려오고 민족에게는 민족의 조상신이 들어온다.

그렇게 신과 하나가 되어 이 지상에 고통이나 억울한 죽음, 비극적 재앙이 일절 없는 이상 낙원을 건설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사라지고 모든 제도가 완성되고, 각 나라와 부족 간의 갈등이 다 없어진다.

신이 들어와 그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손사풍은 봄에 부는 것이나 나는 동지섣달에도 손사풍을 일으켜 병을 내놓느니라. 병겁이 처음에는 약하다가 나중에는 강하게 몰아쳐서 살아남기가 어려우리라. 나의 운수는 더러운 병(病) 속에 들어 있노라.” 하시니라. 이에 갑칠이 여쭈기를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치병을 하시면서 병 속에 운수가 있다 하심은 무슨 연고입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속담에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을 못 들었느냐. 병목이 없으면 너희들에게 운수가 돌아올 수가 없느니라. 병목이 너희들 운수목이니 장차 병으로 사람을 솎는다.” 하시고 “내가 이곳에 무명악질(無名惡疾)을 가진 괴질신장들을 주둔시켰나니 신장들이 움직이면 전 세계에 병이 일어나리라. (도전5:291)

 

질병대란도 상제님의 명을 받은 천상의 신장들이 내려와 가을의 서릿발 기운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가 없다.

이것이 천지의 공도公道이다.

천지는 사私가 없다.

 

이렇듯 괴질병은 가을 천지에서 오는 병이며, 신도에서 다스리는 병이니. 어떻게 약이나 의술로써 극복할 수 있겠는가?

우주의 봄철에 인간이 태어나 분열 성장하는 것도 천지의 법칙이지만, 성숙하지 못한 모든 생명을 죽이는 숙살법[심판]도 천지의 법칙이다.

일찍이 깨달음을 통해서 이것을 본 동서양의 영지자들이 ‘하늘에서 불이 내려온다, 귀신들이 날아다니며 불을 떨어뜨린다’ (남사고), ‘공포의 대왕(지구촌 병란 심판을 집행하는 우두머리 신장)이 내려온다’(노스트라다무스)고 전한 것이다. 『생존의 비밀』<23>

아메리카 대륙 휩쓴 천연두⑤

생존의 비밀

아메리카 대륙을 휩쓴 천연두(시두)  
 

중세 이후,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제국은 스페인군의 침략으로 확산된 시두로 멸망하였다.

16세기 초, 스페인군 부사령관 코르테즈는 6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아즈텍을 쳐들어갔으나 30배가 넘는 병력을 갖고 있고 지형에도 익숙한 아즈텍인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스페인군이 2차 공격을 위해 아즈텍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아즈텍 군대의 사기가 떨어졌다.

그것은 스페인군에 의해 감염된 천연두(시두) 때문이었다.

면역력이 없었던 아즈텍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1518년부터 1531년까지 원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어떤 부족은 멸종이 되기도 했다.

시체가 너무 많아서 매장이 불가능해지자 사람들은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를 막기 위해 집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들의 집이 무덤이 된 것이다.

 

한편 시두는 남미의 잉카제국에까지 퍼져서, 잉카의 왕과 아들과 계승자들과 귀족, 장군 등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1533년, 스페인군이 보물을 약탈하러 잉카의 수도에 들어섰을 때 잉카인들에게는 저항할 능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그 화려했던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이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오늘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이 건국되던 당시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였다.

영국의 청교도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북미 대륙에 도착하기 전, 이미 남쪽으로부터 전파된 시두가 그곳을 휩쓸고 있었다.

1620년, 청교도들이 도착하자 시두균은 그들을 따라 이동하면서 더욱 활발하게 전파되었다.

그때 면역력을 갖고 있던 백인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백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세력을 키우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담요에 시두균을 묻혀 원주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불붙은 짚단에 휘발유를 뿌린 격이었다.

그리하여 면역력이 없던 미국 내 토착민 인디언들은 거의 멸망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Pox America』라는 책에서는 1775년 미국 독립 전쟁 당시 발생한 시두가 미국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힌 책이다.
미국의 지배 아래 이루어지는 세계 평화를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힘이 사실은 시두 전염병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폭스 아메리카나 Pox Americana [시두 smallpox를 뜻함]라고 빗대어 표현하였다. (저자- Elizabeth A. Fenn, 듀크 Duke대학교 역사학 교수)

 

20세기에 들어와 현대 의학은 우리 몸에 기생하면서 해를 끼치는 미생물 병원체들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역사를 통해 인류를 가장 괴롭혀 왔던 전염병 중 하나인 시두가 19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환자를 끝으로 더 이상 발병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을 줄여 보고자 노력해 왔던 세계보건기구가 올린 최대의 성과였다.

 

그러나 과학과 인간의 지혜가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미생물 병원체는 여전히, 아니 더욱 강력한 기세로 인간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구도 많고 국경도 없는 시대이다.

 

1년에 약 25억 인구가 비행기로 옮겨 다니는 등, 전 세계가  활짝 열려 있으니 전염병이 대유행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토록 끔찍한 전염성 병원체들이 당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그에 대비하느냐 하는 점이다.

 

신종플루 때문에 세계적으로 수천 명이 죽는다고 해도 “겨우 1퍼센트도 안 되는데, 뭐"라고 하며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생각을 다시 해 보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독감이 재발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불과 몇 달 만에 몇 천만 명이 죽으리라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수개월 만에 5천만 명에서 1억 명이 죽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들어야 한다.

「전쟁은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지만 우리는 항상 60만 명의 군인을 보유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습니다. 언제 홍수가 날지 모르지만 거기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막상 홍수가 날 때 큰 피해를 입는 것과 같은 거죠. 안 생길 수 있으면 좋지만 안 생기긴 어렵습니다. 분명히 생기기는 생기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의학계에서는 유럽의  중세를 끝내 버린 흑사병 상황을 앞으로 오는 대유행 상황의 모델로 삼고 그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

장차 인류에게 닥치는 병란은 중세 흑사병의 비극에 준하는, 혹은 그것을 능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문명을 뒤집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항상 전쟁과 함께 몰려온다.

지구촌에 전쟁이 그치지 않는 한, 전염병의 창궐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그리고 과거에 전쟁과 더불어 발생했던 전염병이 고대 아테네와 로마제국, 중세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문명의 대전환을 가져다주었듯이, 다가오는 전염병 또한 다른 여러 요소들과 함께 뭉쳐져서 그동안 인류가 쌓아 놓은 모든 업적과  문명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전염병이 새 역사, 새 문명을 여는 전기점이 되는 것이다.

현대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염병, 그것은 과연 왜 일어나며 어떤 과정을 거쳐 창궐할 것인가? 


전염병은 국경 없는 죽음의 공포를 몰고 온다.

현재 지구촌에서 창궐하는 전염병은, 첫째 정복된 것처럼 보였던 질병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 있고, 둘째 새로 출현하는 질병들로서 1980년 이래 에이즈를 비롯하여 30종 이상이 늘어났다.

 

지난 2백 년 동안 10억의 사망자를 낸 ‘첫째 가는 살인마’로서 백색 페스트라 불리는 결핵균이 약품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는 꾸준히 늘어 2015년에 2,209명, 2016년은 2,020명이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매년 3억에서 5억의 환자를 발생시키고 1백만 명에서 3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본래 인도의 풍토병인 콜레라 또한 공포의 대상이다.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거의 60퍼센트나 된다.

20세기 말엽인 1991년 1월에 페루에서 발생, 남미 여러 나라에 퍼져서 총 1,500건이 보고되었고, 1995년에는 인도에서 새로운 콜레라 균주가 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세를 끝막았던 흑사병에 대해서도 “흑사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뒤에 숨어 잠복해 있을 뿐이다”라고 경고 하였다.(수잔 스콧 지음, 황정연 옮김, 『흑사병의 귀환』, 황소자리. 2005.)

20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질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에이즈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다.

에이즈 감염은 인간에게 사망 선고와도 같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총 감염자 3,670만 명, 2016년에 새로 발생한 환자는 180만 명, 2017년에 사망자는 100만 명 정도로 집계되었다.

 

이 중 약 2,580만 명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리카는 거의 죽음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16까지 누적 13,390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있다.

세계는 감염자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10·20대 남성군(群)' 증가세가 눈에 띄며 2016년 에이즈 신규 감염자 수가 1,062명으로 조사되어 한국도 더 이상 에이즈 안전지대가 아니다. 『생존의 비밀』<5>

인류 문명사 바꾼 전염병③

생존의 비밀

인류 문명사를 바꾼 전염병

 

박고지금博古知今, 옛일을 널리 알면 오늘날의 일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옛일을 통해서 오늘의 일뿐만 아니라 미래를 여는 지혜의 눈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 지구촌을 엄습하는 전염병의 대유행이 장차 어떻게 전개될지, 그 미래를 가늠하고 대비하는 데는 지난 날 전염병의 역사가 교훈이 되리라 생각한다.

 

독자들은 이 장을 읽으며 인류가 겪은 고난의 질병 역사 이면에 새 문명을 창조하는 큰 손길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전염병은 문명의 동반자 전염병은 맨 처음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인류가 역사의 첫걸음을 뗀 바로 그날부터 질병은 인간의 삶과 함께 그 맥을 이어왔다.

역사가인 윌리엄 맥닐 William H. McNeill 교수는 "약 1만 년 전부터 대규모 전염병이 인류를 휩쓸었다고 보고 있다."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하여 농경 생활을 하면서 토양이 오염되었고, 소나 말 등 동물들에 기생한 세균이 인간에게 옮아 왔다.

동물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생태계가 오염되면서 인간에게 전염병이 생긴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모여 살며 동물을 가축으로 길러 이용하면서 문명이 싹틈과 동시에 전염병이 유행할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문명의 발상지가 곧 전염병이 태동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이집트 문명이 시작되기 전인 BCE 3500년 경,

동방 배달국의 태호복희太昊伏羲씨 (태극기의 건곤감리 등 팔괘를 처음 그린 분)가 생존했던 때에 이미 침술이 발명되었으며,

그 200년 뒤인 염제신농炎帝神農씨 때에는 의학이 발달했다.

신농씨는 농경과 교역, 그리고 의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의학이 발달했던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동방 땅에 질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문명은 발달한 곳에서 그렇지 않은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전염병은 일찍이 태고 시대에 문명의 발원지인 동방 땅에서 발병하여 문명의 전파와 함께 주변 동서남북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류 시원 문명과 함께 발생한 ‘인류사 최초의 전염병’시두(천연두 , 두창, 마마)라고 추정한다.

시두는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염병이다.

그런데 우리가 문명사에서 알아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류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데는 전염병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윌리엄 맥닐 교수는 “전염병은 개인은 물론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해 왔다. … 질병으로 사회가 무너지고 가치관이 붕괴되고, 종래의 생활양식이 모두 박탈되어 의미를 잃어버렸다. 문명은 질병을 만들고,질병은 문명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이러한 사실이 역사가들의 문명사 해석에서 무시되거나 도외시되다가, 근래에 이르러 깨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설득력을 얻으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인류 역사를 관통하여 볼 때 특히 고대에서 중세,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 온 문명의 전환 과정에는 전쟁과 더불어 발생한 전염병이 가장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전염병
아테네는 국력이 가장 왕성했던 황금기인 BCE 430 년, 스파르타를 비롯한 펠레폰네소스 동맹 도시들과의 전쟁에 휩쓸렸다.

스파르타의 침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중심부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덥고 숨 막히는 오두막에서 비비적거리며 지내야 했다.

곧이어 인구가 포화 상태로 밀집한 아테네에 전염병이 들이닥쳤다.

사람들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참혹한 중상을 보이며 죽어갔다.

 

이 병에서 살아남은 역사가 투키디데스Thucydides(BCE 460?〜BCE 395?)는 당시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건장한 젊은이들이 갑자기 심한 고열에 시달리며 눈을 비롯해 목구멍이나 혀 같은 내부 기관들이 붉게 충혈되었다.
병자들은 곧 온갖 종류의 신물을 토했고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다. 그들은 열이 너무 심해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느꼈고 심한 갈증에 시달렸 다. 물에 대한 갈망으로 분수대로 모여들었으며 … 거리에서, 사원에서, 그리고 뛰어든 우물 속에서 죽어갔다. … 이 역병은 남녀노유, 노예와 장군, 그리고 의사들까지 가리지 않고 죽였다. 신들을 숭배하든 하지 않든 모두가 똑같이 목숨을 잃었다. … 역병은 2년 동안 계속되었고 3년 이상을 더 머물러 있었다. 그때까지 아테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었다. 많은 생존자들이 손가락, 발가락, 시력, 기억력 등을 잃었다」

 

역병은 아테네의 군사력을 끝장냈을 뿐 아니라, 정치 질서와 도덕 질서를 붕괴시켜 사회가 해체되도록 만들었다.

결국 아테네는 5년 동안의 역병과 거의 30여 회에 달하는 간헐적인 전투 끝에 몰락하고 말았다.

아테네의 뒤를 이어 지중해를 제패한 로마제국 역시 전염병의 공격 때문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

 

로마제국이 몰락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실크로드를 타고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염된 시두의 창궐이었다.

그 매개 역할을 한 주인공이 훈족이다.

 

훈족은 서양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북방 유목 민족으로 그들의 문화와 신체는 몽골리언의 특성을 보여준다.

훈족은 일찍이 1세기부터 몽골 고원에서 유럽까지 대이동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두를 옮겼으며 훈족에게 고향을 빼앗긴 민족들이 로마제국으로 이동을 함으로써 이 병이 로마로 퍼진 것이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던 5세기 중반, 아틸라Attila 왕 (406? 〜453)이 이끄는 훈족은 로마로 진격하다가 로마의 관문에서 갑자기 퇴각을 했다.

로마에 시두가 발병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로마는 겨우 수천 명만이 살아남은 폐허로 몰락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4년 뒤, 로마 황제가 게르만족 장군에 의해 폐위되면서 서로마제국은 멸망을 하고 말았다. 『생존의 비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