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보인다

원한의 선천 상극 역사⑩

생존의 비밀

원한으로 점철된 선천 상극의 역사

 

지난날 하늘에서 명을 받고 내려와 인류에게 미래의 대환란 소식을 전해 준 성자들과 영지자들, 그리고 동학의 최수운 대신사, 그들은 한결같이 장차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원인도 알 수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괴질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왜 이렇듯 무서운 병이 예고된 것일까?

인류 문명을 무너뜨릴 대병란을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손길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역사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꿈이 타인에 억압에 의해서나 자신의 한계로 인해 마음속에 깊은 원한寃恨을 품과 살아왔다.

원寃과 한恨

원寃의 본래 글자는 ‘冤’이다.

문자를 보면 민갓머리[冖]를 아래에 토끼 토兎자, 즉 토끼가 철창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을 형상한 것이다.

그리고 한恨은 마음을 뜻하는 심방변 [忄] 옆에 간艮을 썼다. 그래서 간방. 한민족의 마음이라고 풀이를 하기도 한다.

 

생태계 파괴로 인해 일어나는 병들이나 미생물 병원체의 감염에 의한 질병들보다 더 절박하고, 극복하기가 힘든 병이 있다.

바로 인간 내면의 병이다.

인간의 병은 대부분 마음에서 오는 것이며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 영혼의 병이 더 무섭다.

그것은 생명의 주인이 마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꿈인 행복과 건강, 그것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인간에게는 원寃과 한恨이 맺힌다.

원은 외부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함으로써 느끼는 원통함을 가리킨다.

생존 환경이나 경쟁 등 강력한 외부의 파괴적인 수단 때문에 생명을 그르치게 되면, 인간은 원을 맺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恨은 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내적인 것으로,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과거, 현재, 미래를 통관하여 흐르는 대자연의 섭리에 의해 종교적인 이유나 문화적인 상황 등 그 모든 것이 종합되어 오는 것이다.

고난에 찬 삶을 산 사람들, 특히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꿈을 접었거나 성장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영혼이 상처를 입었을 때, 또는 사람들의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버림을 받았을 때 한이 맺힌다고 한다.

 

이런 경우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그에 대해 보복을 하기보다는 마음으로 삭이고 용서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한’을 마음속에 억압된 정서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비극적 감정’, ‘한국인의 고유한 콤플렉스’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기존의 종교 문화에서는 이런 요소가 무시되었지만, 인간의 생리, 유전적인 환경, 제도적인 문제 같은 것이 가슴에 한을 맺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조화된 생존 환경 때문에 정신이 분열되어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뇌하며 살고 있다.

이런 심적 상태가 지속되면 마음이 무너져 자신감을 잃고 자살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원은 개별적인 것이고 개인의 삶과 사회 환경, 자연 환경에 따라 다양하지만 한은 보편적이다.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맺혀 있는 응어리가 한이다.

인간 세상을 병들게 하는 가장 큰 힘과 요인이 바로 원과 한이다.

 

지난날의 인류 역사는 억울하게 죽어간 숱한 사람들의 원한과 보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고려 말, 역성혁명에 성공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 왕건의 후손들을 강화도 앞바다에다 수장시킴으로써 왕손의 대를 끊어 놓았다.

그날 밤에 왕건이 이성계의 꿈에 나타나서 “인과응보를 알렸다” 하며 “반드시 보복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 후 조선은 왕권을 두고 형제가 형제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피의 역사를 기록했다.

또 이 때문에 고려에서는 나라가 망할 때 충신이 일흔 둘[두문동 72인]이 나왔지만, 조선에서는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 일흔 둘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조선의 역사에서 왕권을 두고 다투어 큰 원한을 맺게 한 대표적인 사례가 세조의 왕위 찬탈이다.

세조는 자신의 등극을 반대하는 성삼문을 회유하려다가 말을 듣지 않자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세 살 난 어린 아들을 대궐 뜰에 있는 돌에다가 패대기쳐서 죽였다.

세조는 사육신을 중심으로 단종 복위 운동이 일어나자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시켜 강원도 영월로 내쫓고 임금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복위 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처형한 뒤 이미 죽은,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를 폐위시키고 그 친정 가족들까지 모두 죽였다.

그것도 모자라 결국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고, 시신은 강원도 영월 강변에 버렸다.

 

그런 무도한 세조의 꿈에 깊은 한을 품은 현덕왕후가 나타났다.

“네놈이 아무 죄 없는 어린 내 자식을 죽였으니 나도 네 놈의 자식을 데려가야겠다.”
세조는 경기를 일으키며 꿈에서 깼는데, 그때 동궁의 변을 알리는 급보가 당도했다.

세자가 절명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이에 분노한 세조는 현덕왕후의 능을 파헤쳐 관을 강물에 버리는 등 잔악하게 보복을 했다.

그러자 현덕왕후가 세조의 꿈에 다시 나타나 “에이 나쁜 놈, 더러운 놈!” 하면서 침을 뱉었다.

이후 세조는 그 침이 튀어서 묻은 자리마다 살이 곪아 썩어 들어가는 끔찍한 병에 걸려 고생을 하다가 52세에 죽었다.

천고에 사무치는 현덕왕후의 원한의 살기가 병을 일으켜 평생 세조를 괴롭혔던 것이다.


세조의 등극에 공을 세운 한명회도 저주를 받았다.

한명회의 동생은 스물아홉 살에 죽고, 두 딸도 왕비가 되었지만 자식도 못 낳고서 일찍 죽었다.

한명회 자신도 훗날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했으며 무덤이 여려 차례 도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밖에도 동서고금에는 억압에 대한 응보로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된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런 이야기는 인간에게 닥치는 죽음, 재난, 질병이 단순히 병원체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원한의 복수와 저주가 또 다른 손길로 작용하였음을 보여주는 역사의 사례이다.

 

증산상제님께서는 남을 억압하고 이겨서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는 선천 상극 역사의 잘못된 야욕을 벗어던지고 원한의 문제를 서로 야기되지 않도록 사는 삶이 가장 잘 사는 삶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상말에 ‘무척 잘산다.’ 이르나니 ‘척(隻)이 없어야 잘산다.’는 말이니라.
남에게 원억(寃抑)을 짓지 말라. 척이 되어 갚느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그의 신명(神明)이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느니라. 앞세상에는 서로의 마음속을 드나들어 그 속내를 알게 되나니, 남을 속이지 말고 척이 있으면 풀어 버리라. 부하고 귀하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리라.(道典2:103)


•이제 예로부터 쌓여 온 원(寃)을 풀어 그로부터 생긴 모든 불상사를 소멸하여야 영원한 화평을 이루리로다.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道典4:16) 『생존의 비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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