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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 휩쓴 천연두⑤

생존의 비밀

아메리카 대륙을 휩쓴 천연두(시두)  
 

중세 이후,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제국은 스페인군의 침략으로 확산된 시두로 멸망하였다.

16세기 초, 스페인군 부사령관 코르테즈는 6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아즈텍을 쳐들어갔으나 30배가 넘는 병력을 갖고 있고 지형에도 익숙한 아즈텍인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스페인군이 2차 공격을 위해 아즈텍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아즈텍 군대의 사기가 떨어졌다.

그것은 스페인군에 의해 감염된 천연두(시두) 때문이었다.

면역력이 없었던 아즈텍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1518년부터 1531년까지 원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어떤 부족은 멸종이 되기도 했다.

시체가 너무 많아서 매장이 불가능해지자 사람들은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를 막기 위해 집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들의 집이 무덤이 된 것이다.

 

한편 시두는 남미의 잉카제국에까지 퍼져서, 잉카의 왕과 아들과 계승자들과 귀족, 장군 등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1533년, 스페인군이 보물을 약탈하러 잉카의 수도에 들어섰을 때 잉카인들에게는 저항할 능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그 화려했던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이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오늘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이 건국되던 당시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였다.

영국의 청교도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북미 대륙에 도착하기 전, 이미 남쪽으로부터 전파된 시두가 그곳을 휩쓸고 있었다.

1620년, 청교도들이 도착하자 시두균은 그들을 따라 이동하면서 더욱 활발하게 전파되었다.

그때 면역력을 갖고 있던 백인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백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세력을 키우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담요에 시두균을 묻혀 원주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불붙은 짚단에 휘발유를 뿌린 격이었다.

그리하여 면역력이 없던 미국 내 토착민 인디언들은 거의 멸망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Pox America』라는 책에서는 1775년 미국 독립 전쟁 당시 발생한 시두가 미국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힌 책이다.
미국의 지배 아래 이루어지는 세계 평화를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힘이 사실은 시두 전염병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폭스 아메리카나 Pox Americana [시두 smallpox를 뜻함]라고 빗대어 표현하였다. (저자- Elizabeth A. Fenn, 듀크 Duke대학교 역사학 교수)

 

20세기에 들어와 현대 의학은 우리 몸에 기생하면서 해를 끼치는 미생물 병원체들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역사를 통해 인류를 가장 괴롭혀 왔던 전염병 중 하나인 시두가 19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환자를 끝으로 더 이상 발병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을 줄여 보고자 노력해 왔던 세계보건기구가 올린 최대의 성과였다.

 

그러나 과학과 인간의 지혜가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미생물 병원체는 여전히, 아니 더욱 강력한 기세로 인간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구도 많고 국경도 없는 시대이다.

 

1년에 약 25억 인구가 비행기로 옮겨 다니는 등, 전 세계가  활짝 열려 있으니 전염병이 대유행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토록 끔찍한 전염성 병원체들이 당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그에 대비하느냐 하는 점이다.

 

신종플루 때문에 세계적으로 수천 명이 죽는다고 해도 “겨우 1퍼센트도 안 되는데, 뭐"라고 하며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생각을 다시 해 보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독감이 재발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불과 몇 달 만에 몇 천만 명이 죽으리라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수개월 만에 5천만 명에서 1억 명이 죽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들어야 한다.

「전쟁은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지만 우리는 항상 60만 명의 군인을 보유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습니다. 언제 홍수가 날지 모르지만 거기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막상 홍수가 날 때 큰 피해를 입는 것과 같은 거죠. 안 생길 수 있으면 좋지만 안 생기긴 어렵습니다. 분명히 생기기는 생기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의학계에서는 유럽의  중세를 끝내 버린 흑사병 상황을 앞으로 오는 대유행 상황의 모델로 삼고 그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

장차 인류에게 닥치는 병란은 중세 흑사병의 비극에 준하는, 혹은 그것을 능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문명을 뒤집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항상 전쟁과 함께 몰려온다.

지구촌에 전쟁이 그치지 않는 한, 전염병의 창궐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그리고 과거에 전쟁과 더불어 발생했던 전염병이 고대 아테네와 로마제국, 중세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문명의 대전환을 가져다주었듯이, 다가오는 전염병 또한 다른 여러 요소들과 함께 뭉쳐져서 그동안 인류가 쌓아 놓은 모든 업적과  문명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전염병이 새 역사, 새 문명을 여는 전기점이 되는 것이다.

현대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염병, 그것은 과연 왜 일어나며 어떤 과정을 거쳐 창궐할 것인가? 


전염병은 국경 없는 죽음의 공포를 몰고 온다.

현재 지구촌에서 창궐하는 전염병은, 첫째 정복된 것처럼 보였던 질병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 있고, 둘째 새로 출현하는 질병들로서 1980년 이래 에이즈를 비롯하여 30종 이상이 늘어났다.

 

지난 2백 년 동안 10억의 사망자를 낸 ‘첫째 가는 살인마’로서 백색 페스트라 불리는 결핵균이 약품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는 꾸준히 늘어 2015년에 2,209명, 2016년은 2,020명이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매년 3억에서 5억의 환자를 발생시키고 1백만 명에서 3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본래 인도의 풍토병인 콜레라 또한 공포의 대상이다.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거의 60퍼센트나 된다.

20세기 말엽인 1991년 1월에 페루에서 발생, 남미 여러 나라에 퍼져서 총 1,500건이 보고되었고, 1995년에는 인도에서 새로운 콜레라 균주가 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세를 끝막았던 흑사병에 대해서도 “흑사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뒤에 숨어 잠복해 있을 뿐이다”라고 경고 하였다.(수잔 스콧 지음, 황정연 옮김, 『흑사병의 귀환』, 황소자리. 2005.)

20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질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에이즈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다.

에이즈 감염은 인간에게 사망 선고와도 같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총 감염자 3,670만 명, 2016년에 새로 발생한 환자는 180만 명, 2017년에 사망자는 100만 명 정도로 집계되었다.

 

이 중 약 2,580만 명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리카는 거의 죽음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16까지 누적 13,390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있다.

세계는 감염자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10·20대 남성군(群)' 증가세가 눈에 띄며 2016년 에이즈 신규 감염자 수가 1,062명으로 조사되어 한국도 더 이상 에이즈 안전지대가 아니다. 『생존의 비밀』<5>